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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계에서 나이는 예민하다. 기존에 자신이 맡은 역할에서 밀려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태희와 김사랑이 엄마 역할을 하고, 청춘스타들이 어느 새 할아버지 역을 맡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이를 받아들이냐 안하느냐의 차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직도 자신의 위치가 젊은 주연으로만 고집한다면, 어쩔 수 없이 업계에서 외면당하기 일쑤다. 과거와 달리 대체 자원(대체 배우)이 너무 충분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나이에 맞는 역할을 소화할 때, 오히려 후배들이나 업계에서 인정을 받는다.

 

이순재 신구

 

그런 측면에서 최근 연극계에서 원로 배우들의 움직임은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다. 연극계에선 방탄소년단에 빗대 방탄노년단이란 말까지 나온다. 연극 <갈매기>의 연출 및 배우로 등장하는 이순재와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에 출연하는 신구를 필두로 원로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를 보려 대중들이 찾아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일곱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늘푸른연극제도 한 몫 하고 있다. 이 연극제는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다.

 

특히 이번 시즌은 새로움을 주제로 오랜 시간 연극계를 이끈 원로 연극인들이 현역으로서 걸어갈 새로운 길에 대한 응원의 의미를 담아 새로움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연극을 선보인다. ‘새로운길에 대한 결과물은 개막작부터 보인다. 지난해 10월 더줌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이 연극제의 개막작 <겹괴기담>은 겹겹이 나누어진 다섯 개의 무대에서 펼쳐진 무대 위 교차하는 두 가지 이야기를 담아내며 마치 틀린 그림 찾기처럼 두 이야기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게 하는 실험극이다.

 

이후 박승태 배우의 <겨울 배롱나무꽃 피는 날>, 대한민국 연극계가 존경하는 극작가 이강백의 <영월행일기>, 배우 정현의 <꽃을 받아줘>가 이달 13일부터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본격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번 시즌은 국립정동극장 세실과 함께 한다. 1976년에 개관한 세실극장은 1977년부터 1980년까지 연극인회관과 서울연극제의 전신인 대한민국연극제가 개최된 극장이다. 명동에 위취한 삼일로창고극장과 함께 상업적 연극에 반대하며 소극장 문화를 지향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후 다양하게 주인을 바꿔가며 운영해 오던 세실극장은 몇 번의 폐관 위기를 겪은 후 국립정동극장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늘푸른연극제는 제작비 부족과 공연장의 부재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7년째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 연극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원로 연극인들을 선정하고 작품 제작을 돕고 있다. 단순히 연극제가 아닌, 연극계를 이끈 원로 배우·창작자들의 창작 욕구를 실현시킬 수 있는 터전이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세실과 원로 연극인들의 만남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갖을 수 밖에 없다. 예쁘고 잘새기고, 새로운 인물들이 펼치는 연극과 공연은 신선하다. 그러나 원로 연극인들의 연극은 이런 새로운 얼굴들이 지향해야 할 모습을 보여주고, 동시에 그들이 연극을 함에 있어 깊이라는 것을 배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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